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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CITES 1급 슬로우 로리스 유기 사건

작성자 : 카라  |   작성일 : 2016-07-06 14:15:30  |   최종 수정일 : 2016-07-07 12:18:05  |   조회수 : 2538


카라 더불어숨센터 앞에 버려진 슬로우로리스

 

2016년 5월 24일 화요일. 비가 내리는 아침이었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하는 활동가들 눈에 주차장 한 켠에 놓인 작은 이동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를 맞고 있던 이동장과 쇼핑백

 

혹시나 가정에서 사랑을 받던 또 하나의 반려동물이 버림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던 것도 잠시, 비를 오랜 시간 맞은 것처럼 보였기에
급히 사무실로 이동하여 담요와 가방 속에 싸여있던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급히 사무실로 올라와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어보았습니다.

담요 속에 꼭꼭 숨어 있던 아이는 놀랍게도 유튜브 동영상 속에서 깜찍한 외모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슬로우로리스’였습니다.

 

슬로우로리스(Slow Loris)는 국제적으로 거래가 엄격히 제한된 국제적 멸종위기종 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호가 시급한 CITES 1급에 해당되어 개인사육이 불가능한 동물입니다.

 

이동가방 속 슬로우로리스는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유난히 큰 눈을 끔뻑거리며 주변을 살피다가도 낯선 사람들의 눈과 손을 피해 자꾸만 숨어버렸습니다.

 

이동장 속에는 슬로우로리스 말고도 사연이 담긴 편지와 현금이 있었습니다.
발견당시 함께 놓여 있었던 쇼핑백 속에는 사용하던 것으로 보이는 먹이그릇과 손 글씨 메모도 여러 장 있었습니다.

 

 

 

몇 가지 흔적만으로도 카라에 유기된 슬로우로리스는 가정에서 정성껏 키우던 아이임이 느껴졌습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사람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왜 버려진 것일까요?

 

 

A4 3장 분량의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니

“처음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이를 키우게 되었고, 슬로우로리스가 멸종위기 동물인줄 몰랐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힘들고, 현재보다는 더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다.
최근 환경부 자진신고기간제도도 몰랐기 때문에 추후 방법에 대해 알아봤지만 한국에서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카라에 부탁드리게 되었다. 면목 없고 정말 죄송하다. 평생 갚으면서 살겠다.”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버려진 아이의 이름은 ‘심청이’ 이었습니다.

 

심청이를 보호하던 분은 비록 불법소유였지만 정성을 다해 아이를 보살폈고, 자연에 있어야 할 아이가 사람과 함께 살며 기후와 생활패턴 등으로 고통 받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고 편지에 적어주셨습니다.


밀수된 야생동물 불법소유의 만연... 하지만...

야생동물이 갖는 희귀성과 귀여운 외모로 인해 야생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야생동물이 일반 가정에서 키워지고 있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야생동물의 경우 해외에서 밀수되어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는 ‘비단마모셋’을 밀수하다 경찰에 덜미가 잡힌 사건도 있었습니다.

 

 

CITES 1급 슬로우로리스를 가정에서 기른 경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제69조에 따라 제16조 제4항을 위반한 것이 되어 처벌 대상입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및 그 가공품을 포획ㆍ채취ㆍ구입하거나 양도ㆍ양수, 양도ㆍ양수의 알선ㆍ중개, 소유, 점유 또는 진열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불법 개체가 많아지자 환경부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자진신고 기간을 두고 국내에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생물 불법 개체를 자진신고 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자진신고자는 야생생물법에 따른 벌칙(징역, 벌금, 과태료, 몰수)이 면제되는 혜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CITES 1급 해당종이거나, (야생생물법 시행규칙 별표5의2에 규정한) 사육 보관 시설이 없거나, 야생생물법에 따라 개인사육이 금지된 동물을 개인이 보유한 경우에는 몰수 조치가 불가피했습니다.

 

환경부는 불법 개체를 지난 1회에 한해 양성화하고 국내에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불법 개체의 확산을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의 자진신고제는 홍보가 미흡했고, 멸종위기종을 사육하는 일반 가정에서는 자진신고제를 뒤늦게 알게 된 경우가 많아, 카라로 문의를 주시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슬로우로리스 심청이의 보호자 또한 자진신고제를 뒤늦게 알고서 아이를 안전하게 보낼 곳을 찾고자 카라에 유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기된 멸종위기종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심청이는 카라 동물병원으로 이동되어 간단한 검진을 마치고, 체온유지를 위해 몸을 따뜻하게 데폈습니다.

 

 

그후 외부동물의 출입과 소음이 잦은 동물병원보다는 동물이 없고 조용한 공간에서 안정을 취하도록 했습니다.

 

 

슬로우로리스는 낮 시간의 대부분은 잠을 자고 밤에 활동을 하는 야행성입니다. 자연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의 높은 곳에 매달려 생활합니다.

이런 슬로우로리스가 일반가정에서 사람과 생활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 마리의 슬로우로리스를 ‘애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무자비한 포획과정과 불법이동과정중에 대략 열 마리가 죽게 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수요가 줄어야 더 많은 야생동물의 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야생에서 동물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기르지 않으면 됩니다.

 

 

 

이번 유기 사건이 심청이를 위한 보호자의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슬로우로리스를 밀수, 거래, 소유, 유기한 것에 대한 잘못이 합리화될 순 없습니다.

영영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심청이를 위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슬로우로리스답게 여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카라는 유기된 슬로우로리스에 대해 환경부 신고를 마치고 나서 새로운 보호시설로 옮겨지기전에 10일동안 카라에서 보호했습니다.


간신히 머무를 곳을 찾은 슬로우로리스... 영영 고향으로 돌아갈 순 없어


 

며칠이 지나자 심청이는 고맙게도 빨리 적응을 마쳤습니다. 다행히 활동가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컨디션을 회복했는지, 늦은 오후 시간이 되면 움직임도 많아졌습니다.

기력을 회복했지만 슬로우로리스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1급이기에 언제까지 카라에 머무를 순 없습니다.

CITES 멸종위기종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 머무를 곳도 없는 것이 현실정입니다. 

다행히 심청이는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 생태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심청이가 이동하던 날 아침.

 

생태원에서는 수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심청이를 데려 가기 위해 카라를 찾으셨습니다.

그간 심청이를 아침 저녁으로 챙겨준 활동가는 단 며칠이었지만 정이 들었는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활동가는 심청이가 새로운 곳에 가서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며 기쁜 마음으로 배웅했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심청이를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앞으로 심청이가 머물 곳을 살피기 위해 충남 서천까지 동행했습니다.

 

 

 

안전한 이동장으로 옮겨진 심청이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손이 나온지도 모른 체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 생태원에 도착했습니다. 심청이가 처음 발견된 시점부터 기록을 정리하고 차트입력을 마친 뒤 검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호흡마취를 한 후에 몸무게 확인, 엑스레이 촬영, 치아상태 점검 등 질병여부 검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다행히 심청이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이곳은 앞으로 심청이가 새롭게 지낼 곳입니다. 내부에는 심심하지 않게 타고 놀 수 있는 나무와 해먹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지난해 입소한 ‘로리’라는 슬로우로리스가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로리는 한쪽 눈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구조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상태가 심각했던 한쪽 눈의 치료비가 부담되어 버려진 것으로 추측할 뿐입니다. 
심청이와 로리는 한 공간이지만 격리되어 생활하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쳐 합사될 예정입니다.

더이상 외롭지 않게 생활 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야생동물을 더이상 난민으로 내몰지 말아야 합니다.

야생동물을 개인이 아무리 정성껏 보살핀다하여도 불법 밀수된 CITES 멸종위기종의 거래와 소유라는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이는 야생생물법 위반 등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사람의 욕심과 수익을 위해 자연으로부터 불법 포획되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거나 난민으로서 영영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이 많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야생동물을 기르지 않으면 됩니다.

 

야생동물의 고향은 자연입니다.

카라는 야생동물의 반려동물화를 반대합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카라 정책팀-

 

 







작성자 : 카라  |   작성일 : 2016-07-06 14: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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